둘리가 식구가 되어준 그 때를 생각하며 (사랑스런 우리집 둘째 앵무새) 💚💚😍
뜻하지 않은 코로나 덕분에(?)
재택근무를 많이 하게 된 요즘이지만
이 전엔 새벽같이 출근해 어둑해져야 들어오는 게
혼자 있는 오이에게 늘 미안하곤 했다.

게다가,
빗창앵무가 야생에서는
무리지어 다니는 사회적인 습성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된 것은 내 미안함을 확 증폭시켜 버렸다.
😔😔😔
빗창앵무 암컷을 찾는다는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둘리를 데려오기 거진 여섯달은 더 전이었을 것이다.
뭐, 어디 그 뿐인가.
앵무새카페 이곳저곳에도 전화를 걸어 빗창앵무가 있는지를 확인해 보았지만 "요즘 빗창앵무가 잘 없어요" 하는 같은 답을 들을 뿐이었다.
어느 날,
자주가던 네이버 카페에서 빗창앵무 암컷을 분양한다는 글을 보았다.
'드디어 오이도 짝을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인가' 하고 혼자 설레어지면서도 과연 두 마리를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에 고민도 되었다.
없을 땐 그리도 간절하더니 막상 가능해지니 걱정이 되는 것이었다.
으음, 백번을 고민해봤다.
정말 오이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.
글을 발견한 것도 운명이지 싶었다.
🤔🤔
오이는 얼떨결에, 충동이 섞여 데려왔지만
둘리는 그렇게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계획적으로 데려온 것이다.

새 식구를 맞는 설렘을 안고 한시간 넘게 운전해 만나러갔다.
예쁜 어린 새 대신 박스를 하나 안아 받았다.
분양자께서 추운 날이라고 박스 겉 면에 핫팩도 붙여놓고 숨 구멍도 하트모양으로 예쁘게 뚫어놓고
정성을 가득 담은 박스를 안겨주었는데
갑자기 박스를 열어버리면 어린 새가 무서울까 싶어
집에 도착할때까지도 열어보지 못했었다.
간간히 들리는 짹짹 소리로 새가 들어있구나 했다.
🐣🐣

또 다시 한시간 넘게 달려 집에 도착했다.
베딩에 폭 싸여 있던 둘리는 그때까지도 이름이 없었다.
오이는 그날 샤워하다 번뜩 이름이 떠올랐는데
둘리는 암만해도 이름이 생각나질 않았다.
한동안은 짓고 나서도 바꿀까 바꿀까 했었다.
첫째가 오이인데 채소돌림(?)으로 당근이나 양파가 나으려나 하고.
🥒🥬🥦🫑

오이는 올 때 이미 알곡을 먹을 때여서 둘리를 데려오고서 이유식도 처음 먹여보았다.
아침, 저녁 하루에 두번 씩 주라고 분양자께서 일러주어 출근 전, 퇴근 후 열심히 준비했건만
온도가 안맞는지, 농도가 안맞는지, 도구가 안맞는건지.. 아가가 도통 못먹었다.
마침내 적정 온도, 농도, 도구를 알아내어 둘리가 잘 받아먹을 땐 식은땀이 싹 사라지는 걸 느꼈다.
😭😭💚💚
둘리는 태어난지 겨우 두 달 된 아가새였어서
다큐에서 본 어린 새들이
곤충 받아먹듯 머리를 앞뒤로 흔들며
이유식을 받아 먹었기 때문에
내가 진짜 어미새가 된 기분이었다.
🐤🐤🐣🐣

문제는,
오이가 새 식구를 그렇게 싫어하는 것이었다.
오이는 태어난지 몇 달만에 청계천에서 우리 집으로 오게 되어 근 4년을 생명체라곤 나만 보고 살았으니
저가 나와 같은 사람인 줄 아는 것 같다.
둘리는 물리면서도 오이를 그렇게 따라다니는데
오이는 웬 희한한 동물 보듯이 지레 놀라서
휙 도망가 버리거나 부리질로 쫓아버린다.
오이 부리질에 물린 둘리가 가끔 꽥하고 소리를 지를 때면 맘이 정말 아프다.
😥😥😰

어느 날,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.
소파에서 오이랑 둘리가 붙어 털고르기를 해주는 것이었다.
아니 이게 웬일인가,
해가 서쪽에서 떴나 했는데
잘 보니 일방적으로 둘리가 오이털을 골라주는거였다.
그래도 이게 무슨 발전이냐하고 보고있지만
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둘리만 오이털을 골라준다.
오이는 깔끔한 얼굴인데
둘리는 가시깃이 정리안된채
삐죽삐죽 나와있는걸보면
귀엽단 생각보단 마음이 아파오고
오이가 괘씸해진다.
😔😔

둘리는 되게 조심스럽고 소심하다.
여성스럽기도 하다.
오이는 입에 갖다대주는 건
다 음식이겠거니 잘 받아먹는데
둘리는 처음보는 게 눈 앞에 다가오면
소스라치게 놀라 도망친다.
오이가 먹는걸 보고 나서야 따라먹는데 그 마저도 살살 깨물어 조심조심 먹는다.
참, 기껏해야 손바닥만한 것들이 각기 성격이 다르다는게 암만 봐도 같잖고 귀엽다.
🥰🥰😙😙😚😚

어쩌다가 새를 키우는 내가
스스로도 신기해 한번 기록해보자고
블로그에 글을 쓰다보니
둘리가 온 지 벌써 8개월 가까이 지났다는 걸 알게 되었다.
😊😊
오이는 난생 처음 키워보는 새인지라
괜히 무서워 애지중지 관심주며 키웠는데
둘리에겐 덜하게 된 것 같기도 하고..
다른 곳에 갔음 더 좋은 새 친구들과 지낼 것을
웬 폭군같은 오이랑 지내게해서
미안한 마음이 한가득이다.
정말 둘리를 생각하면 계속 미안하다.

내 책임감과 양심에 둘리를 끌어안고 있는 것이
과연 맞는건지, 더 좋은 친구가 있는 곳으로
보내주는게 맞지 않을지....
마음이 너무 아프고 고민이 정말 정말 많았다.
둘리공주가 이제 우리집에 온지도
벌써 9개월이 넘었다.
자꾸 나한테 붙어있고 어깨에서 쉰다.
둘째지만 이유식 먹여 키운 사랑스런 내 새끼, 둘리💚
<더많이 사랑해주는 것 밖에는 이제 난 빼박이다.>